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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제목 : 소나무를 바라보며

성윤숙/소나무/91*60/수채/2009

 

이 점잖은 소나무 한그루가 오늘 하루 내내 참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우선 개인전 전시회를 위해서 일 년 전부터 좋은 소재를 찾으려 발품을 팔며 부지런을 떨었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옛 친구의 고향마을을 찾아들어가 두리번거리며 다니다 휘돌아가는 강둑너머에 보일 듯 말 듯 그렇게 내 눈에 들어온 소나무였다.

땅에 엎드리다시피 해서 주변에 있는 마른 풀 가지들이 보이게끔 의도적으로 그렇게 구도를 잡았었다.

그렇게 해서 12월의 어느 날 작품속의 이 소나무는 이런 모습으로 내게 왔었다.

그리고 그 이듬해 봄, 좀 더 푸른 기를 머금은 모습을 보고 싶어 또다시 찾아갔었다.

같은 소재를 봄, 여름, 겨울로 세 번이나 그려봤던 소나무였다.

유독 마음이 끌렸던 몇 몇 작품 중에 하나였던 이 그림이, 전시회 기간 중반쯤까지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서울 전시가 끝나고 공무원들이 관람객으로 주를 이루었던 상주 전시회에서, 소나무 둥치의 꼬임에 대해서 지나가는 말로 그네들끼리 나눈 대화를 얼핏 들었다.

이 소나무그림은 참 좋은데 둥치가 꼬여서 문제라고 했다.

이런 걸 집에 걸어놓으면 뭔가가 꼬여 앞일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말하자면 출세하는데 지장이 있다는 말로 이해했다.

나는 한 번도 그런 일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사람들의 위치에 따라서 얼마든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다고 웃고 넘겨 버렸다.

하기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림을 사서 좋은 氣를 받으려고 집안이나 사무실 같은 곳에 걸어두고 감상하질 않던가.

어쨌거나 소나무에 관련된 그림들은 사람들이 좋아해서, 원하는 분들에게는 적당한 가격에 넘겼으며, 더 간절하게 원했던 몇몇 분들에겐 무엇보다 내 작품을 두고두고 사랑해주리라는 확신이 있어서 액자 값만으로 흔쾌히 안겨주었기에 나에게 남아있는 소나무 그림은 별로 없다.

 

모든 일정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내가 맨 먼저 한 일은 출세에 지장을 준다는 이 소나무 그림을 거실 벽에 당당히 걸어놓는 일이었다.

그런 미신 따위엔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자신을 알고 있었기에.

하늘도 찌푸덩하고 마음도 찌푸덩한 오늘, 거실에 누워 그림 속 소나무를 무심히 보고 있었다.

꼬이고 꼬인 나무의 둥치가 말 해 주듯이, 인고의 세월을 다 견뎌내고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 상처투성이를 시멘트로 메워버린 나무의 밑둥치도 아픈 세월을 증명해 주는 듯하다.

그 모습을 들여다보고 나의 삶도 혹시나 저것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지난 살아온 시간들이 사진처럼 떠올랐다.

이 세상엔, 첨부터 쭉 벋은 大路를 달리듯 잘나가는 삶만 골라서 살아온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슬픔과 행복을 번갈아가며 경험하며 철이 들어가고, 더러는 시행착오도 겪어가면서 인생도 단단하게 여물어갈 것이다.

그런 후에 삶의 뿌리는 더 깊고 튼튼하게 내려질 것이다.

나는 얘기하고 싶어졌다.

'저 소나무는 당신의  앞길을 꼬이고 망치게 하는 나무가 아니라, 오히려 혹한을 견디고 이겨낸 뒤 더 풍성하고 푸른 잎을 피워냈듯이, 품위 있고 당당하게 서있는 저 모습을 닮아보면 어떻겠냐’고.

성윤숙 
http://art.misulban.com/song-ga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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