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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제목 : 꿈은 확률이다.

사람들은 흔히, 희망을 구현하기 위해 직업 따위를 구하고 일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희망이 우선이 아니라 일이 우선이다.

일을 하면 희망이 생긴다.

그러나 일을 통해 구현할 수 있는 희망은 그 일의 최대 가능치나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

 

교사가 직업이라면 최대 가치는 장학사나 교장이다.

당구를 친다면 당구장 주인이나 프로선수가 꿈이 된다.

야구선수나 축구선수의 꿈은 국가대표이고 그 다음은 코치나 감독이다.

건설 회사를 다닌다면 건설관련 사업의 사장이 꿈이 된다.

그래서 일의 범위가 희망의 두께와 수준과 질을 결정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큰일을 할 수는 없다.

그것은 개인의 능력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거창하고 큰 직업을 꿈꾸는 일은 좋다.

어릴 때부터 준비하면 이룰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물론 교사라고 모두 교장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 신입 교사로 출발해 점차 자신의 능력을 키우면서 경력을 쌓으면 교장이 될 확률은 점점 높아진다.

능력과 경력이란 결국 구체적인 실무능력과 인간관계를 통한 조직관 그리고 무엇보다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시각이다.

 

 

사람들이 절망하는 것은 자신의 능력이나 조건보다도 더 큰 꿈을 꾸기 때문이다.

봉투를 접는 일을 하는 사람이 그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천직이라고 생각하면 생활의 달인이 된다.

그러나 봉투를 접어서 번 돈으로 큰 갈비집 사장이 되려고 하면 반드시 망한다.

갈비집 사장이 될 확률이 높은 사람은 봉투 접는 사람이 아니라 갈빗집 종업원부터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일에서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은 그 일을 온몸으로 구현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망하지 않고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확률이라고 하는 것이다.

낮은 확률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행위는 마치 로또복권에 당첨되기 위해 전 재산을 탕진하는 경우와 다르지 않다.

로또를 1억 원 치를 구입해도 실제 당첨액은 10만원도 건지기 어렵다.

일을 모르고, 인맥과 조직과 전체를 모르면서 단지 권력이나 돈으로 뭔가를 이루려는 사람들은 언제나 반칙을 한다.

그러나 그 반칙은 일시적으로 먹힐 수는 있으나 위기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다.

위기의 본질과 해결방안을 몸으로 구현하여 확률을 높인 사람이 끝까지 살아남는다.

 

꿈을 이룰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일도 조건이 있다.

확률을 높이려면 일에 대한 자신의 능력을 알아야 하고, 경쟁자가 적어야 하며, 위기나 모험이 가급적 없어야 한다.

돈이나 권력 따위의 부차적인 변수도 적어야 하며, 투자에 비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효율성이 높아야 한다.

또한 시대의 흐름을 알아서 미래에도 고부가치를 얻을 수 있는 전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일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조건이 충족되면 다른 조건이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효율성이 높으면 위험이 높고, 경쟁자가 적으면 돈이나 권력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생긴다.

안정성이 있으면 경쟁자가 너무 많고, 여러 조건이 맞아도 미래성이 없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자신의 능력과 주변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자신의 의지로 일을 결정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일을 해도 상관이 없다.

의사나 판검사가 된다고 해도, 혹은 중소기업의 취직하여도 이룰 수 있는 꿈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

사람들이 직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꿈의 한계를 사회가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꼭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말고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사실 주변사람들의 욕망일 확률이 아주 높다.

'사람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라캉의 지적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운동을 좋아해서 잘할 확률보다 운동을 잘해서 좋아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또 하나는 무조건 10년 이상 일을 해야 한다.

경험이 누적되면 경쟁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지고 인맥과 조직 그리고 위기관리 능력이 향상된다.

그러나 일이 너무 단순하면 10년 경력도 별 의미가 없다.

복잡하고 정교함을 요구하는 일일수록 경력은 힘을 발휘한다.

경력이 힘을 가지려면 앞으로 100년 안에는 아니, 최소한 30년 안에는 없어지지 않는 직업이어야 한다.

 

 

그림을 그리는 일도 하나의 직업이다.

어릴 때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미술정규과정을 거쳐 화가가 되는 방법도 있고,

나중에 여러 가지 이유로 그림을 그리는 경우도 있다.

그림을 그려서 돈과 권력을 얻고자 하는 꿈을 가진 사람에게는 불필요한 정보이겠지만,

사랑과 관심을 얻고 자신을 완성하고자 하는 꿈을 가진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직업이 될 수 있다.

 

일단 그림그리기는,

연륜이 쌓일수록 능력이 향상된다.

인류가 멸망할 때 까지 살아남는 직업이다.

경쟁자가 별로 없고, 아니 경쟁할 필요가 없는 직업이며, 위기나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

투자 대비 효율성이 아주 높고, 돈이나 권력, 사회적 변화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림을 그리면 전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10년 정도 계속해서 그림을 그린다면 개인전을 개최할 수 있는 확률이 아주 높아진다.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확신은 없지만 세계 유수의 전시장에서 초대를 받을 확률이 생기고

작품을 비싼 가격에 구매하겠다는 미술애호가를 만날 확률도 생긴다.

자신에게 그림을 배우는 제자가 생길 가능성도 높고, 작품세계를 담은 책을 출판할 확률도 생긴다.

이 모든 것은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생기는 확률이다.

그림과 관계없다면, 포기한다면 그림과 관련된 이 모든 확률도 사라진다.

심규섭 
ynano@korea.com
http://art.misulban.com/y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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