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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제목 : 그림 그리는 의사, 수도승을 닮은 그녀-최미령(1)

이번에는 강릉이 고향인 최미령 회원을 만나봤다. 강릉은 조선시대 빼어난 작가였던 허난설헌이 태어난 곳이자 율곡 이이라는 큰 학자를 배출한 신사임당 생가가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왠지 최미령 회원을 떠올리면 두 사람의 선배여류작가들이 동시에 떠오르며 그녀 또한 강릉 땅의 정기를 받았으리란 상상을 하게 된다.


그녀는 2005년 미술시간에서 가장 꾸준하고 변화 없이 지속적으로 그림을 그린 회원 중 한명이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그녀는 술그타 총무를 2년간 맡아 왔고 남편과 치과를 공동운영하는 등 바쁘게 사는 회원이다. 최근엔 유화작업을 하고 있고 손맛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그녀. 평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미아 삼거리에 위치한 그녀의 병원 근처 보쌈 집에서 점심을 먹고 그녀의 블러그에서 보았던 분위기 있는 전통찻집 ‘동다헌’으로 향했다. 시끄러운 미아리 대로에서 몇 걸음 안 되는 곳에 그런 찻집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운치 있는 찻집이었다. 조용한 한옥에 전통음악이 흐르는 곳으로 마당에는 조그만 연못 속 물고기도 사는 그런 아담한 찻집이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그녀가 운영하는 치과에 갔다. 병원은 깔끔하고 여기 저기 전시장에서 봤던 그림들이 걸려있어 분위기가 환해보였다. 그리고 며칠 후 그녀의 집에도 들러서 그녀의 작업실도 구경했다.


그녀의 작업공간은 집이다. 수채화 할 때까지는 병원에서도 할 수 있었는데 아크릴로 넘어가니 병원에서는 자주 손을 놓아야 해서 지속해서 그리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유화는 공간이 없어서 병원에서 더욱 못하고. 틈틈이 조금씩 그리는 것이 그녀의 스타일. 4시 경 퇴근, 애들 보러 남편보다 먼저 집으로 향한다. 남편이랑 같이 일하니까 좋은 점이다. 따로 병원을 운영하다가 큰애 2학년 때 사춘기처럼 반항기가 찾아와서 곁에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을 합치게 됐다. 그림은 애들 재워놓고 9시 이후부터 12시까지 주로 그리고 나머지는 주말과 일요일에 몰아서 그린다.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녀가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너무 평범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심심해서’였다. 바쁘면 그런 생각도 안하게 된다는 얘기.


“병원을 개업한 후 얼마동안 일이 없어 심심하던 차에 뭔가를 배워야지 하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책을 3~4권 동시에 보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너무 보니까 책도 지겹더라고요. 하루는 간호원들이 ’십자수‘를 하고 있기에 하나 사달라고 해서 시도해봤는데 눈도 아프고 못하겠기에 넘겨버렸어요. 십자수는 진짜 적성에 안 맞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래할 수 있는 걸 해보자 했어요. 책에서 봐도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잖아요.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게 뭔지도 잊어버리고 살잖아요. 기억을 되살리려면 중학교 이전을 생각해보라고 해서 초등학교 때 뭘 하고 싶었나 생각해보게 됐어요.”

 


그녀는 개업하고 바로 인터넷을 설치해 미술 관련 동아리를 찾았다. 당시 컴맹수준에서 인터넷 설치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이 미술시간 등록이었다. 2000년 3월에 미술시간 홈페이지 개통과 거의 동시에 등록했으니 시작부터 우연치고는 꽤 인연 깊은 우연이다.

그녀는 미술시간 처음 올 때만 해도 그림을 하고 싶다는 걸 잊고 살았다. 중, 고등학교 때 그림을 조금씩 좋아했다는 사실이 떠올라 그녀의 블러그에 중학교 때의 미술선생님 얘기를 하기도 했다. 당신 미술선생님은 이론 수업을 많이 했기 때문에 애들은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 선생님이 좋았다 한다.


“고등학교 미술선생님은 실제 작품활 동을 했던 분으로 염색, 도자기, 음악 들으면서 수업하기 등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셨죠. 대학교 다닐 때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의무적으로 들어야하는 재미없는 필수과목 수업 시간에는 무의식적으로 만화 같은 낙서를 하고 있었어요. 그럴 때면 그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 했는데 그래도 ‘내가 어디 가서 배우겠어?’하고 시도해볼 생각은 안했어요. 서점에서 스케치에 관한 책을 몇 권 사봤는데 ‘따라해 봅시다.’ 해도 전혀 따라할 수가 없었어요.

고등학교 친구 중 미대 동양화과를 간 친구를 우연히 길에서 만났는데 내가 ‘그림 좀 그려보고 싶은데 어디서 그려보면 되겠냐?’고 물었지요. 그 때 그 애가 나에게 상처 주는 말을 했는데 ‘예술은 그렇게 쉽게 하는 것이 아니야’란 식의 말과 그 시대 상황에 얽혀서 ‘이런 세상에 무슨 그림이냐’고 했던 기억이 나요. 그 때가 아마 그림에 대해 생각했던 마지막이었던 것 같아요. 기억해보면 이래저래 그리고 싶었던 마음이 많이 있었던 것 같네요.”

 

                                                                                 <딸, 혜원이가 그린 그림일기 중>

주변의 반응을 물었다.


“대체로는 다 좋아해요. 거실에 이젤을 맨 날 그냥 펼쳐놓고 있어요. 물감만 묻지 않게. 내가 집에 없으니 어질러 놓고 대충 살아요. 남편도 그런 면에서는 개의치 않고요.


남편은 애증이 얽혀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뻐도 했다가 싫어도 했다가 해요. 마누라가 전시도 해서 자랑스럽고 대견해하는 면도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맨 날 이런 것만 그리냐?’고도 하죠. 그럴 때는 기분 나쁘죠. 속으로 ‘니가 해봐~’하죠. ‘오래했지 않냐’고도 가끔 얘기하죠. 그림을 계속하니 자기 역할이 늘어나니까요. 제가 미술반 가고 그러면 애들 봐야하니 귀찮긴 하지만 그러나 좋아해요. 아이러니컬하게 저희 남편이 중, 고등학교 때 그림을 했었어요. 중학교 때 그림 많이 그려서 미대를 가려고 했는데 고1때 그만뒀죠.


애들한테 특히 좋은 것 같아요. 애들이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시작했으니까 내가 그림 안 그렸을 때하고 그렸을 때하고 비교가 안 되지만 어렸을 때부터 제가 그림 그리는 걸 보니까 그림자체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희 자랄 땐 이젤에 앉아서 그림 그리는 사람 하면 뭔가 특별한 사람처럼 봤는데 우리 애들은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둘째는 제가 전시 같은 거 보러가자 그러면 좋아해요. 재미있다고. 가서 특별히 열심히 보는 것 같지는 않은데 좋아하긴 해요. 첫째는 친구들이 토요일 놀러왔을 때 제가 그림 그리고 있으면  ‘너희 엄마 그림 되게 잘 그린다. 너희 엄마 화가냐?’ 하고 감탄해요. 그러면 애가 ‘엉~’하고 대답하죠.”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혜원이>

 그녀만의 작업 노하우는? 그림 그림면서의 원칙은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일주일에 한 작품씩 그린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림이 엄청 어려운 줄 알고 옛날에 끄적거렸던 것처럼 연필화만 하고 그만둬야지 했던 그녀. 의외로 두려움도 많은 모습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그림만 본다면 항상 만족했다고 한다. 원래 못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당연했다고.

“채색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하다보니까 너무 재밌더라고요. 수채화 처음 들어가 붓을 들었을 때는 너무 떨리고 두렵더군요. 한번도 배워본 적이 없어서 더 그랬어요. 학교 다닐 때 그림을 1시간 내에 한번도 완성한 적이 없어요. 켄트지에 물감이 다 번져버려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막 칠했던 기억이 나요.

미술시간 수채화 할 때까지만 해도 너무 잘했다 생각하고 나 혼자 그냥 기쁘고 좋았어요. 아크릴 하니까 힘들어져서 조금 덜하더라고요. 힘든 면이 있지만 재료가 바뀌며 새로운 것을 자꾸 해보니까 그 점은 좋아요.”


최근에 하고 있는 유화 작업이 어떤지에 대한 질문에 유화의 장점은 늦게 마르니까 쭉 긴장하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 한번 칠해놓고 다른 일도 볼 수 있다고. 아크릴 할 때는 애가 숙제 봐 달라고 하면 ‘기다려~’ 하는데 유화는 그냥 가서 봐주고 와도 되니까 편하다는 얘기. 그러나 동시에 아직 유화 시작단계라 10호 캔버스인데도 공간을 채워 넣기에 고민을 많이 한다. 유화 작업하는 그녀의 방식은 너무 많이 마르면 잘 안 칠해지는 듯해서 바짝 말리지 않고 작업한다.


“아크릴과 비슷한데 늦게 마르니까 좋아요. 여유가 있어서... 어차피 한꺼번에 다 못 그리니까 좋더라구요. 쉬엄쉬엄해도 유화는 늦게 마르니까 면죄부가 되죠. 수업시간에도 한번 발라놓고 한참을 쉬어도 괜찮아요.

배경처리가 항상 아쉬움이 있어요. 창가에 있는 화분이나 동다헌 화분을 그릴 때 배경만 6~7번 칠한 것 같아요. 밑 색이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전혀 다른 색으로 몇 번을 칠해야했죠. 여러 번 그리니까 감자 그리는 실력은 나아지더군요. 수채화도 자신이 없으면 흐려지는데 여러 번 그리니까 선명해지잖아요. 정물 하다보니까 인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유화로 인물을 하면 아크릴 할 때보다는 낫지 않겠나 싶어서...”



총무시절의 희노애락을 묻는 질문에 한 것이 없어서 부끄럽다는 겸손함 가득한 얘기였다. 술그타에서 2년 동안 총무를 맡았던 얘기를 들어봤다.


“돈 받는 것이 어렵더군요. 어느 모임이든 총무가 부담스러워하는 자리지만 사실 별로 할 일은 없어요.”라며 오히려 미안하다 얘기하는 그녀. 안 한 듯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큰  일인 듯하다. 총무를 하게 된 동기는 그림을 오래했는데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맡았다고 한다.  다들 회비를 너무 잘 내줘서 힘든 것은 없었다고...

                                                                                                         (계속)

박선정 
datdawa@hanmail.net
http://art.misulban.com/park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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